대기업 전기료도 손본다…긴급처방 나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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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28(월) 08:26
경제
대기업 전기료도 손본다…긴급처방 나선 정부
산업부, 에너지 대란 우려에 전기 요금 정상화 시동
30대 그룹 산업용 전기 요금 한시적 차등 적용 검토
가격 정상화로 시장 기능 회복…과소비 중지 시그널
산업용 전기 전체 55% 차지…효율은 독일의 '절반'
주요국도 전기료 올리지만…물가 상승 여파에 고심

  • 입력 : 2022. 09.26(월) 08:28

겨울철 에너지 대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가정용뿐만 아니라 대기업 등 대용량 사용자의 산업용 전기 요금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산업 경쟁력 확보와 민생 안정 등의 이유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전기 요금 체계를 유지했지만, 이 때문에 과소비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여기에 한국전력(한전)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전력 도매가보다 낮은 가격에 전력을 공급하면서 역마진 구조 속에서 올 상반기에만 14조3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40조원까지 적자가 전망된다.
정부는 그동안 고물가를 고려해 에너지 공기업에 자구책을 강조하고 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일부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특히 주목하는 부문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62%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 부문이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다소비 구조를 바꾸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시그널(신호)"이라면서 "대용량 사용자에 대한 전기 요금 차등 조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지난 23일 산업계와 간담회에서도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전기 요금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원가 회수율과 현실적인 부담 능력을 감안할 때 대용량 사업자들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재차 인상 의지를 강조했다.
산업부가 산업용 전기 요금 조정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비중이 큰 산업 부문에 대한 가격 조정이 전력 시장에 가장 크고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산업용 전기 사용 비중은 전체의 55%로, 일반용(공공·상업용, 22%), 주택용(15%), 농사용(4%) 등 나머지 전체 사용량보다 많았다. 산업용은 계약호수로 전체 0.2%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는 셈이다.
그러나 주택용(㎾h당 109.16원)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산업용 전기(㎾h당 105.48원)는 최근 국제 에너지가 급등 이후 원가 회수율이 60%대까지 떨어지면서 한전의 재무 상태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용 전기 요금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을 유지해 온 탓에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한 점도 시사점이 크다. 가격이 낮기 때문에 기업이 그동안 자발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달성할 요인이 없었던 것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 요금은 ㎿h당 94.3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2위다. OECD 전체의 전기 요금 평균을 100으로 놓고 보면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 요금은 88%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전력 사용량도 많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 사용량은 1만134㎾h로 캐나다(1만4098㎾h), 미국(1만1665㎾h)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1인당 전기 사용량은 주택용뿐만 아니라 산업용, 일반용까지 포함해서 단순히 인구수로 나눈 값이다. 우리나라 1인당 전기 사용량이 높은 이유는 비중이 큰 산업용 전기 사용의 영향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전력의 효율을 평가하는 전력소비 원단위도 주요국보다 낮다. 우리나라 전력소비 원단위는 2020년 기준 1달러당 0.359㎾h로 일본(0.234㎾h), 미국(0.219㎾h), 프랑스(0.219㎾h) 독일(0.168㎾h), 영국(0.108㎾h) 등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가 1달러짜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때 전력이 0.359㎾h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독일과 단순 비교했을 때 1달러짜리 상품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2배 이상의 전력을 쓴다는 의미다.
산업부는 산업용 전기 조정 방안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제조업 등 에너지 다소비 8대 업종과 30대 기업을 중심으로 먼저 차등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제조업은 우리나라 산업 에너지 소비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조업 가운데 약 80%는 발전, 정유, 철강,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시멘트, 제지 등 다소비 업종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 등이 받고 있는 각종 전기 요금 특례 제도 중에서 불필요한 부분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기업은 과거 특례 제도를 통해 원가의 25% 수준의 농사용 전기 요금(㎾h당 45.95원)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박 차관은 "농어촌분들이 저렴하게 전기를 쓰는 건 반대하지 않지만, 세부 내역을 보니 30대 그룹 집단 중에도 농사용 전기를 쓰는 곳이 있다"며 "대기업이 원가의 25%에 전기를 쓴다는 게 국민 정서에 맞겠는가"라고 말했다.
주요국은 이미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전기 요금을 올리고, 인상된 가격에 맞춰 나라별로 에너지 수요 효율화 정책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영국의 전기 요금은 지난해 1월 대비 68% 올랐으며, 같은 기간 일본은 36%, 미국과 독일은 22%, 프랑스는 9%를 인상했다.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는 겨울철이 다가오는 만큼 정부도 가격 조정을 마냥 미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OECD는 최근 한국 전기 요금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이로 인해 한전의 투자 여력이 저하될 것으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 위기 장기화의 국내 경제·에너지 부문 영향과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가격이 에너지 효율개선, 에너지 절약 등의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면 추가적인 에너지 수입을 유발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했다.
다만 '10월 물가 정점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에서 전기 요금 결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산업부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박 차관은 "시기나 폭을 얼마나 할지에 대해서 다양하게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며 "경제나 기업 활동,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있어서, 변화 폭이나 기간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부처 간 협의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부는 짧은 시간 내에 (상승) 폭을 늘려서 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이라며 "기재부 입장에서는 물가나 경제를 고려하기 때문에 폭을 넓히거나 기간을 조절할 수 없는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 요금뿐만 아니라 민수용(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 요금도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원에서 2.3원으로 정산단가를 0.4원 올릴 예정이어서 물가 당국을 더욱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음 달 계획에 따라 정산단가를 올릴 경우, 가구당(월 평균 사용량 2000MJ 기준) 약 800원의 요금 부담이 예상된다. 여기에 정산단가 인상 외에 기준연료비 인상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져 추가 인상분이 발생할 수 있다.
가스공사는 원가의 40% 수준으로 가스를 공급하고 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대규모 미수금(손실금)이 발생한 상태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따르면 올해 민수용 미수금 누적 규모는 6월 기준 5조1087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7656억원)보다 3배 늘었다.
가스공사는 하반기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추가로 오를 경우 미수금이 더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산단가 외에 기준연료비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계에서는 난방용 에너지 수요가 많아지는 동절기가 다가옴에 따라 유럽과 아시아의 물량 확보 경쟁 심화로 에너지 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행히 7월 6.3%를 찍었던 물가 상승률이 8월 5.7%로 내려와 잠시 주춤했지만, 오펙플러스(OPEC+)의 석유 감산 결정,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등 불안 요인이 남아있어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지난 22일 비상거시경제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기 요금 인상과 관련해 "재정건전성만 두고 결정할 수 없는 게 전기·가스 부분"이라며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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