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권 생활쓰레기로 만든 고형연료(SRF)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가동 여부를 결정할 법원 선고를 앞두고 광주광역시와 나주시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발전소는 환경권과 건강권 침해를 우려하는 나주혁신도시 주민들의 집단 저항에 부딪혀 2017년과 2020년 2차례 이뤄진 시험가동을 제외하면 3년 넘도록 정상가동을 못하고 있다.

사업 주체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나주시를 상대로 광주지방법원에 제기한 '사업수리개시 신고 수리거부 처분 취소' 행정소송 선고가 오는 4월15일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결과에 따라 발전소 가동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해·갈등 당사자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나주시의회는 29일 열린 임시회에서 박소준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광주광역시장과 광주 5개 구청장이 연대 서명해 법원에 제출한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소송 신속 판결 촉구 호소문'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해 발표했다.

나주시의회가 이날 규탄 성명까지 낼 정도로 반발한 '광주시 호소문'은 현재 광주지법에 계류 중인 행정소송 2차 변론기일을 나흘 앞둔 시점인 지난 19일 해당 법원 재판부에 접수됐다.

광주시와 5개구는 호소문을 통해 "광주 SRF사업 투자공모에 선정된 민간투자 사업자(청정빛고을㈜)가 고형연료 수요처로 제시한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위한 인허가를 나주시가 지연함으로써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현재까지 광주시 광역위생매립장에 약 50만t의 쓰레기가 직매립되면서 매립장 수명이 4년 이상 단축되고, 막대한 폐기물 처리비용 추가발생, 민간투자 사업자 파산이 우려된다"며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제기한 사업개시신고 수리거부 처분에 대한 취소청구 소송을 빠른 시일 내에 판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나주시의회는 "광주시와 5개 구가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광주 생활쓰레기 전량을 연료라는 미명 아래 이웃 지자체인 나주시로 매일 100% 떠넘기기 위해 추진 중인 '이기적인 쓰레기 행정' 강행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나주시의회는 "광주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연료라고 주장하는 SRF는 사실상 광주권 생활쓰레기를 덩어리로 압축한 것"이라며 "광주쓰레기를 나주에서 절대 소각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광주시와 나주시 간 갈등에 이어 나주시의회로까지 갈등의 불길이 확산한 데는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조성 당시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된 주민수용성 조사와 부실한 쓰레기 발생량 용역조사 등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사업 추진 방식이 화근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쓰레기 소각에 집단 반발하는 광주시민들을 의식해 '연료자원화(SRF제조) 시설'만 구축한 채 1일 400t에 달하는 생활쓰레기로 만든 고형연료를 나주로 전량 보내 소각하려는 광주시의 '이기적인 쓰레기 처리 행정'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비판의 근거는 과거 광주시의회 속기록에 잘 나타나 있다.

앞서 광주시 환경생태국 A국장은 지난 2011년 9월 열린 제203회 광주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우리시(광주시)의 입장에서만 보더라도 고형연료(가연성 생활쓰레기로 만든 성형연료) 발전시설 운영으로 행여 지역주민들께 건강상의 위해 요소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공개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A국장은 "(이러한 염려 때문에) 사업추진 과정상에서 난관과 어려움을 무릅쓰고 발전(소각)시설은 설치하지 않고 (고형연료)생산시설만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국장의 발언 내용 중 가장 이기적인 행정을 보여주는 속기록 내용은 "(광주시 생활쓰레기로 만든) 고형연료를 인근 나주의 열병합발전소에 전량 공급할 예정이기 때문에 광주시민의 환경오염 문제는 염려의 날줄과 씨줄을 풀어놓으셔도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라고 발언한 부분이다.

실제 A국장의 계획대로 광주시는 이후 지난 2014년 6월 난방공사 등과 사업협약을 체결하고 같은해 12월 실시계획 승인을 통해 2018년 6월 광주 남구 양과동 쓰레기 매립지 인근에 소각로와 발전시설을 제외한 '청정빛고을㈜'이라는 SRF(생활쓰레기 고형폐기물 연료) 생산시설 만 준공하게 된다.

이 법인사업장은 광주시(25%), 한국지역난방공사(16.6%), 포스코건설(5.6%), KB광주SRF시설사모특별자산투자(49.1%) 등이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나주 SRF열병합발전소는 지난 2009년 3월 환경부·전남도·나주시·화순군·목포시·신안군·순천시·구례군 등과 체결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자원순환형 에너지도시 조성'을 위한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 업무협력 합의서를 바탕으로 2014년 착공해 2017년 12월 준공됐다.

혁신도시에 난방용 온수와 급탕수 공급, 전기 생산판매 등 집단에너지 사업을 목표로 조성됐다.

하지만 당시 협약 대상인 전남 6개 시·군의 1일 연료 생산 예측량은 600t이었지만 실제 생산량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한 난방공사가 2017년 9월부터 광주권 SRF를 나주 열병합발전소에 반입을 시도하면서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나주혁신도시 주민들은 "발전소에서 필요한 1일 440t의 SRF연료 중 나주 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 연료는 3%밖에 되지 않는다"며 "광주권 쓰레기는 광주에서 처리할 것과 열병합발전소 사용 연료 100% 액화천연가스(LNG) 전환, SRF열병합발전소 매몰처리"를 주장하고 있다.